안녕하세요.
공개되기 전부터 각종 예고와 유튜버들의 광고로 제목이 익숙해져 버린 영화가 있었는데요.
현재는 공개 후, 가장 핫한 영화가 되었습니다.
오늘 기준으로 넷플릭스 한국 영화 순위 1위를 기록 중인
'변성현'감독의 '길복순'(Kill Boksoon)입니다.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의외의 등장인물 황정민 배우의 '오다 신이치로'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황정민 배우가 맡은 신이치로는 야쿠자 보스로 등장하며, 살인청부업자 길복순의 타깃으로 오프닝의 액션 시퀀스를 담당합니다. 오다 신이치로는 카메오로 등장하지만 황정민 배우답게 캐릭터를 연구한 것이 느껴졌고, 일본인 역할에 이질감 없이 몰입을 유도했습니다.
액션씬입니다. 우선 야쿠자 신이치로는 자신을 사무라이라 말하며, 검술을 펼치는데요. 자부심이 느껴지는 대사나 보여주는 몸동작들이 개인적으로는 재밌고 좋았으나, 스스로 말하는 천일, 만일 단련을 하는 사무라이 치고는 아무래도 대역 없는 동작들에서는 의아스러움이 묻어 나왔습니다. 다만 그것이 무조건 나빴다는 것이 아닌 그간 미디어에서 비친 정적이고 딱딱한 사무라이와는 달라 더 재미를 더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 액션이 주로 할리우드보다 그 합이 다소 오버스럽고 짧은 컷보단 긴 테이크를 가져가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데 이 초반 액션씬에서도 그 느낌을 받겠다는 불안감을 느꼈습니다. 그래도 그것을 느낀 찰나 곧바로 화면이 바뀌어 지나가는 전철 너머에서 액션씬을 보게 되는 연출은 인물들의 동작을 더 빨라 보이게 하고 루즈해질 호흡을 짧게 배분하는 효과로 좋았습니다. 다만 그것이 제가 그 불안을 느끼기 전에 여러 연출로 보완했다면 더 좋았겠다 생각했습니다.
항상 영화의 초반 시퀀스는 주로 세계관 혹은 주인공을 관객으로 하여금 소개하고 이해시키는 목적이 있습니다. 그러한 부분에서 길복순이라는 인물을 우리에게 잘 전달한 것 같습니다. 특히 길복순이 수를 읽어 보는 장면은 액션 영화에서 그리 차별성 있는 능력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국 영화에서 한국배우의 마스크로 저런 연출을 보게 되는 것은 좋았고 마지막 신이치로를 처리하는 장면, 끝나고 마트에 장 보러 가는 것까지 충분히 길복순이라는 인물을 잘 소개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다른 인물들은 어떨까요. 길복순 다음으로 매력 있는 캐릭터는 단연 설경구 배우의 차민규였습니다. 차민규는 살인청부업의 MK엔터 대표로 나오며 아직도 A급 작품(의뢰)은 종종 현역으로 뛰는 것으로 나옵니다. 다른 캐릭터들은 인물들의 매력을 느끼기엔 사실 다소 서사나 부여된 씬이 많지가 않았습니다. 그나마 차민규가 그 서사가 있는데 그 또한 부족하다 느꼈습니다. 하지만 영화 러닝타임이 만약 지금 137분 보다 길었다면 분명 루즈함이 커졌을 터이니, 분량 분배가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할 수 있겠습니다.
그 분량 분배의 가장 안타까운 인물이 구교환 배우가 연기한 한희성이었습니다. 이 인물을 감독은 중요하고 매력적인 인물로 그리려 한 것은 알겠으나, 넣다 만듯한 서사는 관객으로 하여금 제대로 이해시켜주지 않았고 그런 애매한 인물 설명 덕에 이후 한희성의 행동의 개연성이 다소 부족하다 느꼈습니다. 물론 납득은 되었습니다만 그 납득이 정말 저 인물의 감정에 동요된 납득이 아닌, '맞아 저기서 저렇게 해야 영화가 흘러가지.' 했던 인물 위주의 설득보다는 영화는 당연히 이렇게 돼야지 하는 보편적 전개를 이해함으로 그냥 그렇게 넘어간 것 같았습니다.
차라리 한희성의 아버지 일과 그의 감정 변화를 제대로 다룰 것이 아니었다면, 이 인물은 보다 돈에 치중된 인물로 그냥 두고 그 시간을 차민규의 서사를 더 푸는 데 사용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본 영화의 빌런을 꼽자면 이솜 배우가 연기한 차민희일 텐데요. 차민희는 MK엔터의 이사이자 차민규 대표의 친동생으로 설명되는 인물입니다. 이 인물의 한 가지 의아했던 점은 자신의 오빠인 차민규에게 성적 흥분을 느끼고 키스까지 하는데요. 이러한 연출에서 친남매가 사실은 아닌, 숨겨진 서사가 있는 것인가 했었지만 끝내 관련내용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런가 보다 하며 넘겼지만 과연 필요한 장면인가 싶었습니다. 그 의도는 자신의 오빠에 대한 소유욕과 길복순을 향한 시기 질투를 위해 넣었겠지만 그건 충분히 다른 연출로도 되었을 테니 의아했다 할 수 있겠네요.
영화는 길복순의 모성애, 가족에 관한 내용이 핵심 주제라 느껴졌습니다. 이 부분에서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전도연 배우의 연기를 상반되는 두 성향의 캐릭터로 볼 수 있는 게 좋았습니다. 아쉬운 점은 그 부분에서 오는데요. 가족이야기에 치중하고 싶은지 우리에게 생소한 킬러들의 세계관이 메인인지, 제 생각에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는 다소 아쉬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론 한국에서 더 먹히는 소재는 익숙하고 흔한 모녀지간의 이야기보다는 한국의 킬러들과 생소한 살인청부 엔터테인먼트 등 그 세계관일 텐데 그 핵심 방향성을 한 곳으로 잘 잡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특히 길복순의 딸 재영의 이야기들만 봐도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 요즘 세대와 기성세대와의 갈등 등 하고 싶고 다루고 싶은 주제가 너무 많아 보였고, 이 부분은 앞서 말했듯 분량 분배의 아쉬움과 연계가 되었습니다.
영화의 엔딩과 쿠키영상은 하나의 벽을 두고 상반되는 두 삶을 사는 복순의 벽이 허물어지는 엔딩이었습니다. 딸에게 자신의 정체를 숨기며 지금껏 살았지만 차민규에 의해 자신의 본모습을 딸이 보게 되고 딸은 그런 엄마를 그대로 받아들여줍니다. 어쩌면 이 장면을 위해 앞선 딸의 성소수자 이야기와 그를 이해하려는 복순의 과정을 넣은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후 재영은 자신을 받아들이고 당당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쌓여가던 모녀사이의 상처와 벽들이 전부 치유되는 결말이라 할 수 있겠네요.
'길복순'은 현재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가능합니다.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길복순은 스타일리시한 액션과 변성현 감독 특유의 만화스러운 연출들이 더해져 시각적으로 즐기기 좋은 영화였습니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는 나무랄 대가 없었고 주연인 전도연배우의 연기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합니다. 다만, 1위라는 순위로 인해 기대를 하고 보신다면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가볍게 즐기면서 보기 좋은 영화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평점은 [ 3.3 / 5 ] 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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